미국 한인 이민교회에서 재정 문제는 언제나 민감한 주제입니다. 특히 담임목사가 성도들의 개인별 헌금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교회 안에서 서로 다른 의견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어떤 성도들은 담임목사가 자신이 얼마를 헌금하는지 아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낍니다. 헌금 액수에 따라 목회자의 관심이나 태도가 달라질 수 있고, 경제적인 형편까지 드러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입니다.
반면 담임목사는 교회의 전반적인 사역과 재정 운영에 책임을 지는 영적 지도자인데, 정작 교회의 헌금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질문도 제기됩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모순을 발견하게 됩니다. 담임목사는 성도의 헌금내역을 보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재정담당자가 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러한 구분은 정당한 것일까요?
1. 담임목사는 위험하고 재정담당자는 안전한가?
많은 교회에서는 재정담당자가 성도들의 헌금내역을 관리합니다. 헌금 봉투를 확인하고, 헌금자를 분류하고, 금액을 입력하며, 연말에는 헌금증명서를 발급합니다. 이러한 업무를 위해서는 개인별 헌금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담임목사가 성도의 헌금액을 알게 되면 편애하거나 차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접근을 제한한다면, 재정담당자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재정담당자 역시 교회의 구성원이며, 다른 성도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이민교회에서는 성도들이 서로의 가정 형편과 직업, 사업, 생활환경을 비교적 잘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개인별 헌금정보가 부주의하게 공유된다면 심각한 상처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재정담당자를 통해 헌금정보가 더 많이 유출된다는 객관적인 통계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담임목사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문제의 본질은 누가 목회자이고 누가 평신도인가에 있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정보를 열람하며, 그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책임지는가에 있습니다.
따라서 담임목사의 접근은 무조건 금지하면서 재정담당자에게는 아무런 제한 없이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2. 헌금은 목회자에게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헌금은 단순한 재정 거래가 아닙니다.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믿음, 순종과 헌신의 표현입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6장 3~4절에서 구제할 때 사람에게 드러내기보다 은밀하게 행할 것을 가르치셨습니다. 이 말씀은 교회의 모든 헌금기록을 반드시 비공개로 관리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규정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이 사람의 인정이나 평가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원칙을 보여줍니다.
성도는 자신의 헌금 액수 때문에 특별한 대우를 받아서도 안 되고, 헌금이 적다는 이유로 소외되어서도 안 됩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성도의 형편이 헌금정보를 통해 함부로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담임목사든 재정담당자든 헌금정보를 알게 된 사람에게는 이를 소중하게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성도의 헌금정보는 목회자의 사유물도 아니고, 재정담당자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교회가 신뢰를 바탕으로 보호해야 하는 성도의 소중한 개인정보입니다.
3. 헌금정보의 비밀보장과 교회 재정의 투명성은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교회 안에서 종종 혼동하는 두 가지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재정의 투명성과 개인 헌금정보의 공개입니다.
교회 재정은 투명해야 합니다. 성도들의 헌금이 얼마나 들어왔고, 어디에 사용되었으며, 교회가 어떤 재정 상태에 있는지 공동체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울은 고린도후서 8장 20~21절에서 연보를 관리하면서 사람 앞에서도 선한 일을 도모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말씀은 교회의 재정관리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할 뿐 아니라 사람 앞에서도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교회 재정의 투명성이 모든 성도의 개인별 헌금 액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교회는 한 달 동안 십일조가 얼마 들어왔고, 감사헌금과 선교헌금은 얼마나 모였으며, 그 재정이 어떤 목적에 사용되었는지를 상세하게 보고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 집사가 얼마를 헌금했고, 이 권사가 지난달보다 얼마나 적게 헌금했는지를 공개할 이유는 없습니다.
전체 재정은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개인의 헌금정보는 보호하는 것, 이것이 충분히 가능한 건강한 재정관리입니다.
재정의 투명성은 교회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며, 헌금정보의 비밀보장은 성도 개인에 대한 존중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원칙입니다.
4. 담임목사는 헌금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전혀 없는가?
담임목사가 개인별 헌금정보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확인해서는 안 된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합니다.
실제 목회와 교회 운영에서는 특정한 헌금정보를 확인해야 할 정당한 사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도의 요청으로 헌금기록의 오류를 확인해야 할 수도 있고, 지정헌금의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교회의 재정관리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검증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목회자가 모든 성도의 헌금생활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거나, 헌금 액수를 기준으로 신앙의 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야고보서 2장은 사람을 외적인 조건에 따라 차별하는 태도를 경계합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교회가 헌금 액수에 따라 성도를 다르게 대우하지 말아야 한다는 중요한 적용 원칙이 됩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담임목사가 헌금정보를 볼 수 있는가 없는가가 아니라, 어떤 정당한 이유로, 어느 범위까지, 누구의 책임 아래 열람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러한 기준은 재정담당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5. 이제는 사람의 선의보다 건강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교회의 재정관리는 담당자 개인의 신앙과 성실성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물론 성실하고 정직한 재정담당자의 헌신은 매우 귀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신실한 사람이라도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부적절한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교회는 특정한 사람을 무조건 신뢰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누구라도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합니다.
첫째, 헌금정보의 열람권한을 업무에 따라 구분해야 합니다. 헌금을 입력하는 사람과 지출을 관리하는 사람, 재정을 감사하는 사람이 반드시 동일한 정보에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둘째, 담임목사와 재정담당자 모두 교회가 승인한 범위에서 정보를 열람하도록 해야 합니다. 직책 자체가 무제한 접근권한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셋째, 누가 언제 어떤 헌금정보를 열람했는지 기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특정인을 의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모든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의 구조입니다.
넷째, 헌금정보를 외부에 누설하거나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금지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전체 재정보고는 성도들에게 충분히 공개하되, 개인별 헌금정보는 정당한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열람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이 마련된다면 목회자와 재정담당자, 그리고 일반 성도 사이의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6. 교회 재정관리 프로그램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오늘날 많은 교회가 수기로 작성하던 헌금장부나 엑셀 파일을 교회 재정관리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재정이 투명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프로그램에서 모든 관리자에게 개인별 헌금정보가 무제한 공개된다면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교회 재정관리 프로그램은 단순히 헌금을 정확하게 입력하고 계산하는 수준을 넘어야 합니다. 교회가 정한 규정에 따라 권한을 부여하고, 정보 접근을 기록하며, 잘못된 사용을 방지하는 기능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은 교회 재정관리 프로그램 '요셉의 창고'를 개발하고 운영하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요셉의 창고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단순히 편리한 재정관리가 아닙니다. 교회의 전체 재정은 누구나 신뢰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하고, 성도의 개인별 헌금정보는 안전하게 보호하며, 목회자와 재정담당자 모두 책임 있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작은 한인교회에서도 복잡한 행정 부담 없이 이러한 원칙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여 정직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정직하고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
요셉의 창고의 「헌금자 정보 보호」는 교회마다 켜는 기능이고 처음에는 꺼져 있습니다. 켜면 「개인 헌금 열람」 권한을 받은 사람만 확정된 헌금의 교인 이름과 금액을 함께 보고, 그 열람이 기록에 남습니다. 다만 헌금을 입력하는 담당자는 확정하기 전까지 이름을 보고, 사람이 직접 적은 메모(작정 헌금 메모·은행 거래 설명·심방 메모)는 가리지 않으며, 화면 캡처나 출력물까지 막지는 못합니다.
7. 신뢰받는 교회는 비밀을 없애는 교회가 아니라 책임을 세우는 교회입니다
교회에서 재정 문제가 발생할 때 우리는 종종 사람을 먼저 의심합니다. 목회자가 헌금정보를 알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재정담당자를 신뢰할 수 없다며 갈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이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만 이어진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누군가에게 모든 정보를 감추거나, 반대로 모든 사람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정당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그 권한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건강한 질서입니다.
담임목사는 목회적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재정담당자는 자신에게 맡겨진 정보를 사적인 대화나 판단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성도들 역시 교회의 재정이 정직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원칙의 중심에는 하나님 앞에서의 청지기 정신이 있습니다.
교회 재정은 어느 한 사람의 재산이 아닙니다. 성도들의 헌신으로 모아진 재정은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의 사명을 위해 정직하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교회의 재정은 투명하게, 성도의 헌금정보는 안전하게, 재정을 맡은 모든 사람의 책임은 분명하게.”
이 원칙이 미국 한인 이민교회 안에 더욱 깊이 자리 잡기를 소망합니다.
재정의 투명성이 성도들의 신뢰를 세우고, 개인정보 보호가 성도들의 존엄성을 지키며, 책임 있는 관리 시스템이 교회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기초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회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히 돈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드려진 성도들의 믿음과 그 믿음으로 세워지는 공동체의 신뢰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성 목사 | 위드지저스교회 담임 · 제레미팩토리 대표